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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포츠계도 고민인 폭력과 갑질 행위

일본 스포츠계도 고민인 폭력과 갑질 행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방안은?

- 최근, 또 다시 한국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과 갑질 행위로 촉망받던 트라이애슬론 유망주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답답하지만, 이렇게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 억지로 하는 것처럼 뭉그적거리며 그 큰 엉덩이를 마지못해 움직이는 체육계를 보면 솔직히 열 받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소 잃으면 외양간 고치는 풍습이 참 볼만한데, 체육계는 일부를 제외하면 변화가 더디고 더욱 그러한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웃 나라 일본은 어떤 식으로 체육계에 있는 폭력과 갑질 문제를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방안책을 만들어 운영하는지 2018년 요미우리 신문의 기사를 통해 알아봅시다.

일본도 제국시절부터 내려온 유구한 전통(?)이지만, 우리와는 분명 그 대처에 방안에 대한 차이점이 있기에 한번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특히 해당 기사에서는 축구계 기준으로 다루었습니다.

 

 

스포츠계의 폭력-갑질 체질을 바꾸려면?

 

- 스포츠계 지도자의 폭력과 갑질성 괴롭힘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축구 일본 대표나 고교 축구를 취재하는 프리 라이터 모토카와 에츠코 씨는 일찍이 축구계에서도 체벌이나 폭언, 갑질 지도가 횡행하기 십상이었지만, 근년(2018년)은 분명히 줄어들었다고 느끼고 있다.

그 이유를 분석했고, 다른 경기에도 참고되는 포인트를 지적받았다.

 

[블랙 동아리]가 문제로

 

- 일본의 스포츠는 중학교, 고등학교 등에서의 동아리 활동이 선수 육성의 중심이다. 야구 외, 농구, 배구 등의 단체 스포츠 일본 대표 선수를 봐도 동아리 활동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부 코치 제도 등을 도입해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하는 학교도 늘고 있지만,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학교 교육의 목적으로 선수를 육성하려 하고 있다.

현장이 학교인 만큼 인간교육의 일환이라는 명목으로 오래 뛰어서 근성을 고친다는 식의 갑질적(+근성론) 지도가 스포츠를 빙자해 오랫동안 행해진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블랙 동아리(ブラック部活)]이라는 말도 태어났다.

 

*블랙 동아리란? - 정확하게 [블랙 동아리 활동]이란, 일본의 교육(학교 교육, 주로 초중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학생과 보호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동아리 활동에 입부를 강제하거나, 학생의 인격을 부정하는 폭언과 몸 상태를 해칠 정도로 장시간 부활동(구속)을 하는 동아리 활동을 말한다.

 

축구계도 예전에는 [갑질 체질]

 

- 축구계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블랙 동아리가 많았다. 당시, 지도자 사이에 [격한 달리기 등, 피지컬 강화를 하면 멘탈도 강해진다][불합리에 익숙해지면, 인내력도 강해진다]라는 생각이 뿌리 깊었기에 [물 마시지 마라]도 당연했고 선수가 실수하면 벌로써 달리는 것도 많았다.

경기에 지면 학교로 돌아가 100개 대시 또는, 경기장에서부터 뛰어서 (집까지) 보내겠다는 얘기도 적지 않았다. 전국 제패를 경험한 강호 학교에서도 그러한 풍경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한다(무슨 우리나라 얘기 하는 것 같냐).

 

*[토츠카 요트 스쿨 사건(戸塚ヨットスクール事件)]을 검색해보면, 당시 일본 사회에 뿌리 깊었던 사고방식과 폐단을 알 수 있다. 덤으로 [닛세이가쿠엔(日生学園第二高等学校)]도 검색해보세요.

 

J리그 개막 후 유소년팀이 탄생

 

-  이런 가운데 축구계는 93년 J리그 출범 후, 각 클럽이 어린이 육성기관으로 주니어(초등학생), 주니어청소년(중학생), 청소년(고교생) 등 하부조직을 구성했다. 톱 팀에 준하는 훈련 환경이 마련됐고, 코치진도 항상 최신 정보를 얻으며 현장에서 지도했으며 아이들은 학군 등에 상관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장시간 연습]이나 [근성을 단련하기 위해, 굳이 불합리한 요구를 한다]라는 지도 방식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블랙 동아리 활동을 싫어하는, 능력 있는 아이들의 새로운 소속처가 되었다.

여기에 동네 클럽으로 불리는 지역 클럽팀도 전국에 생기면서, 선수 육성기관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등번호 10번을 단 카가와 신지(香川真司, 1989~)가 중고교 시절을 보낸 FC 미야기 바르셀로나는 그 범주에 해당한다. 

최근 25년간 아이들의 선택지가 늘어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역대 일본 대표선수들이 자라난 환경을 살펴보면,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일본으로 귀화한 외국 출신 선수를 제외하고 유소년 팀 출신은 없었으나 J리그 출범 10여 년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대회에서 G오사카 청소년 출신 미야모토 쓰네야스(宮本 恒靖, 1977~), 이나모토 준이치(稲本潤一, 1979~) 등이 대표로 뽑혔다.

이어진 2010년 남아프리카 월드컵에서는 이치하라 유스 출신의 아베 유키(阿部勇樹, 1981~), 히로시마 유스 출신의 코마노 유이치(駒野友一, 1981~) 등이 대표 입성했고,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나고야 유스 출신의 요시다 마야(吉田麻也, 1988~), 카가와 등이 대표팀에 진출했다.

올해(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도 하라구치 겐키(原口元気, 1991~), 사카이 히로키(酒井宏樹, 1990~) 등 J유스 출신이 활약하고 있다.

이렇게 동아리 출신을 제외하고는 일본 대표로 선발되는, 다른 단체 경기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스타일이 정착된 것이다.

 

협회가 경기장에 [폭력감시원]을 파견

 

- 클럽팀에서는 과거의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과 같은 체벌·폭언 등과 갑질 지도에 대한 구별을 분명히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 환경에서 초중학교 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15세에 진로를 선택할 때도 필연적으로 강압적 환경을 싫어한다. 

재능 있는 선수가 와 주었으면 하는 고교 측도 구태의연한 방식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 긍정적인 순환이 일어나 축구계에서는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에서도 갑질적인 지도가 줄어들었다.

최근 몇 년간 주요 대회에는, 일본축구협회(JFA)가 [웰 페어 오피서(Welfare Officer)]라고 하는 폭력 지도 근절을 위한 보호자를 파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도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해외로부터 가르침을 받다

 

- J리그 출범 후, 고교축구 동아리에서도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졌다. 이에 따라 세계 최첨단의 지도법과 전술 정보가 일상적으로 들어오게 된 것도 동아리 지도법이 크게 변화하는 계기를 주었다.

월드컵에 2번 출장한 타마다 케이지(玉田圭司, 1980~) 등 수많은 프로 선수를 길러냈고, 나라시노, 카시와 고등학교에서 전국 제패의 경험이 있는 혼다 유이치로 감독(本田裕一郎, 1947~)은 일찌기, 스스로가 [블랙 동아리]의 지도자였던 것을 저서 [고교 축구 승리학] 속에서 고백하고 있다.

[80년대는 손찌검을 하는 게 당연했다][발끈하면 손찌검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온 우리 세대는 때리는 것에 특별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는 등 적나라하다.

하지만 혼다 감독은 198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 원정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이 계기가 돼 고쳤다고 한다.

[손찌검하려는데, 아르헨티나 대표팀 코치가 달려와 "아이는 보배니까 더 잘 가르쳐야 한다. 아이를 때리면 이 나라에서는 유아 학대로 잡혀요."라고 하더군요. 이 말로 눈에서 비늘이 떨어졌습니다(크게 깨달았다)]라고 되돌아봤다.

세계 정상급 선수를 차례로 배출하는 축구 강대국의 육성방법은 체벌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협회가 지도자 육성·라이센스 제도 개혁

 

- JFA가 90년대 중반에 착수한, 지도자 라이센스 취득에 관한 제도 개혁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는 축구 관계자도 있다.

J리그 톱 팀을 지도하는 데 필요한 JFA 공인 S급 라이선스는 1995년까지는 불과 2주간의 집중 강의만으로 취득할 수 있었다. 협회는 이를 재검토해 좌학(연습이나 훈련 등의 실기가 아닌, 강의 형식의 학과)과 지도실천, 국내외 클럽 연수 등을 1년에 걸쳐 실시한 뒤 시험을 부과하도록 개혁했다.

새로운 커리큘럼의 첫 번째였던 96년의 강습회에는, 나가토모 유토(長友佑都, 1986~)를 배출한 히가시 후쿠오카의 시와 요시노리(志波芳則, 1950~) 총감독 등 고교 축구의 지도자도 참가했다. 

그 후, 오카자키 신지(岡崎慎司, 1986~)를 키운 타키가와 고교의 감독이었던 쿠로다 카즈오(黒田和生, 1949~) 씨나, 시립 후나바시를 인솔하고 있던 케이치로 누노(布啓一郎, 1960~) 감독 등도 수강한다.

최고 수준의 지식이나 명확한 이론에 근거하는 지도의 중요성과 효과를 알게 되면, 그것을 현장에서 실천하게 되어 좋은 성적으로 연결했으며, 결과적으로 명선수들도 탄생하고 자랐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많은 지도자가 갑질·강압적 지도의 한계를 깨닫고 구태의연한 방식을 고친 측면도 있다.

 

선수는 [과학적으로] 몰아간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는가? 토끼 뛰기로 운동장 10바퀴 같이, 선수들의 사기를 빼앗고 부상 위험을 무릅쓰는 훈련을 하는 축구 강호들의 이야기는 이제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혼다 감독의 카시와 고교에서도, 여름철에는 달리기 등의 연습을 하고 있으나 피지컬 코치가 부하를 주는 기간과 회수를 조정하면서 선수의 피로도를 고려하며 행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부상자가 나오면 곧바로 쉬게 하고, 무리는 시키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도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도법의 변화에 따라 선수도 달라졌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뛰게 됐고, 유연하고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이렇게 해!]라고 고압적인 지도를 받은 선수는 시키는 대로밖에 플레이할 수 없는 경향이 강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플레이하는 선수는 여러 가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축구처럼 한순간의 판단이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로서는 매우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동아리 출신들이 활약

 

- 이처럼 클럽팀 탄생이 일본 축구 지도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특히 J리그 클럽이 생겼을 때는 [장래적으로 대표선수 중 상당수가 그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며 앞날을 내다보는 관계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대로 되지 않는다. J리그 출범 후 25년이 지난 지금도 동아리 출신이 많은 것이다.

러시아 대회에서는 상기한 나가토모, 오카자키외, 주장을 맡은 하세베 마코토(長谷部誠, 1984~). 득점을 올린 오사코 우야(大迫勇也, 1990~), 이누이 타카시(乾貴士, 1988~), 혼다 케이스케(本田圭佑, 1986~)의 3명도 동아리활동 출신이다.

 

유소년 클럽팀과 고교 동아리의 공존

 

[J리그의 유스 클럽팀만으로는 모든 축구 선수를 길러낼 수 없다]라고 고등학교의 동아리 지도자들이 말하듯이, 동아리 활동을 경험하는 것으로 성장하는 선수도 확실히 있다. 많은 사람의 가정에서 인간교육을 받는 것으로 얻는 것이 클 것이다.

고교 또래 J클럽의 청소년팀은 구단이 허락해야 들어갈 수 있는 소수 정예다. 혼다나 전 일본 대표인 나카무라 슌스케(中村俊輔, 1978~)는 중학교까지 J클럽의 주니어 유스팀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선발되지 않았고 고교 동아리에 진학하고 나서 재능을 꽃피웠다.

반대로 러시아 월드컵 대표인 엔도 와타루(遠藤航, 1993~)처럼 중학교까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지낸 선수가 고등학교에서 J클럽 유스로 성장하는 예도 있다. J클럽의 유스와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은 공존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아이에게 선택지를 준다

 

- 다른 종목에 앞서, 지도환경을 변화시킨 축구계에서도 폭력 갑질이 근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가 있는 지도자의 나쁜 소문이 들리는 일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래도 축구의 경우, 동아리와 클럽팀이 공존하기 때문에 나이와 기량에 따라 다르나 아이들의 판단에 따라 소속팀을 바꿀 수 있다. 지도자와 뜻이 맞지 않을 때에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큰 것이다.

다른 경기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면 활약하는 장소를 잃어버리는 것이 적지 않다. 어린이나 고등학생이 선택할 권리를 갖는 것, 그것이 폭력적 지도로 망가지는 선수를 줄이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나마 축구계는 1부에 뽑히지 않아도, 프로나 아마추어나 지도자 등 다양한 길이 많고 지원과 그에 대한 관리가 돼 있는 편이라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환경이 다른 종목보다 빨리 개선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트라이애슬론의 경우, 해당 종목 선수들은 실업팀을 제외하면 다른 선택의 길이 없으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에 소속팀의 감독 같은 코칭스태프, 발언권이 있는 고참급 선수들의 눈 밖에 나면 그 길로 모든 게 끝나는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며 갑질로 점철되어도 참고 묵묵히 버티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관심과 감시의 눈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다른 비인기 종목에서는 이번 트라이애슬론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릅니다. 스포츠계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분명 이와 같은 사건은 또 터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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